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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는 내게 익숙한 곳이다. 학교도 첫 직장도 마포였고 내가 서울에 처음 상경해서 살았던 곳도 마포였다. 나는 이곳에 살며 신촌, 이대의 영락과 홍대의 확장 그리고 상수, 합정, 망원, 연남동 상권의 등장을 경험했다. 그 당시의 이 상권들은 하루, 한달이 다르게 변화해 나갔다. 매일 같이 변하는 거리르 걷는 것은 이 곳에서 살때 나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이 동네를 떠난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그리운 것은 내가 매일 걷던 산책로에서 얻던 즐거움이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 J를 만나기 위해 망원동에 왔다. 이 친구는 직장때문에 경기도에 살면서 나를 만날 때는 꼭 망원동으로 부른다. 내가 이 동네를 걷는 즐거움을 그리워 하듯, 이 친구 역시 이 동네에서 함께 놀았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망원역 2번출구 앞에서 만난 우리는 잠깐 수다를 떨다가 식당으로 향했다. J는 늘 자신이 식당을 고르는 편인데 이번에도 그녀는 어떤 맛집 앱에서 찾았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나를 안내했다. 물론 그녀도 이 식당은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는 맛집 앱에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역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업장은 너무나 망원동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깔끔한 콘크리트 익스테리어에 파란차양,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색감의 불빛, 그냥 이동네 마포에서 아주 자주 보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사실 내가 망원동 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원동에 오래 살았던 사람 입장에선 어이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본디 몇 년 전만해도 망원동 이런 스타일의 건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까.

 

J는 맛집 어플에서 읽었다며 이 업장의 이름인 블루쿠치나가 파란 지붕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양을 가르키며 정말 파란 지붕이라고 떠드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한참 웃다가 실내로 들어갔다.

 

 

외관만큼 깔끔한 인테리어의 실내는 퍽 마음에 들었다. 내가 파란색과 우드톤을 모두 좋아하는 까닭인 듯 하다. 다만 배경으로 깔리는 제법 트렌디한 힙합 음악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 힙합을 싫어하니까, 이것을 가지고 감점할 수는 없다.

 

우리는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지체없이 음식을 주문했다. 맛집 어플에서 인기 메뉴를 공부해 온 J가 주문을 했는데 그녀가 말하는 이 곳의 최고 인기 메뉴는 오징어 먹물 리조또(17,000원), 새우 로제 파스타(16,000원), 양갈비 스테이크(38,000원)였다. 이외에도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16,000원), 라자나(18,000원), 안심 크림 리조또(17,000원), 감바스 알 아히요(15,000원) 등의 메뉴가 있었는데, 일단 친구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다.

 

 

먼저 식전빵이 제공되었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어치우느라 맛이잘 기억 나지 않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던 것 같다. 다만 접시가 예뻐서 우리는 한참동안 접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등장한 메인요리들, 우리는 다 먹을 수 있겠냐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싹 긁어먹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는 다시 한 번 접시가 예쁘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사진을 찍는다며 또 몇번 호들갑을 떨었다. 

 

인테리어와 접시, 그리고 플레이팅이 서로 조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미적인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새우 로제 파스타는 서빙된 이후 치즈를 갈아서 얹어준다. 동영상을 찍은 것 같은데 제대로 저장이 안된 것인지 찾을 수가 없다. 로제 파스타야 사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기 때문에 불평없이 맛있게 먹었다. 다만, 내 입맛에는 조금 짜게 느껴졌는데 음식이 식으면서 전반적으로 짠맛이 조금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워낙 싱겁게 먹는 편이라 보통 사람들의 입맛에는 아마 괜찮았을 것이다.

 

 

양고기 스테이크는 고급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아주 부드럽고 냄새가 없었다. 38,000원 이라는 가격을 생각해 봤을때도 나쁘지 않은 가성비였다. 

 

 

이곳의 시그니쳐라는 먹물 리조또는 시그니처 답게 가장 맛있었다. 진한 먹물 리조또에 오징어 한마리가 통째로 올라오고 살짝 매콤한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서 나온다. 대단히 중독적인 맛에 게눈감추듯 먹어치워버렸다.

 

워낙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아니면 인테리어와 플레이팅이 모두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 음식은 흠잡을 곳 없이 맛있게 느꼈졌다. 이제 나이를 꽤 잡순 우리는 우리 또래들이 흔히 만나면 그렇듯 재테크 이야기, 연애, 결혼 이야기, 직장 상사얘기를 꽃피우며 사실 음식 맛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 그리고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던 하루, 그래서 블루쿠치나는 내게 제법 괜찮았던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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